heeseung
-
How to meet the Pessoa
이희승, 양 떼를 지키는 사람, 2021, Acrylic on Paper, 150x1000cm (사진_조현주 작가) 시라는 공간은 작가의 선택을 받은 글자와 여백으로만 채워져야 하는 엄격함이 있다. 번역 시를 읽으면서 이렇게라도 그 의미를 헤아려 볼 기회가 있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영원히 그 본질에는 다다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다. 난생처음 포르투갈어로 된 시를 써 본다. 그저 한 글자 한…
-
깊게 쓰기에 대하여
나에게 읽기란 글자들을 읽고 또 읽으며 그것들이 해체되고 다시 합쳐지고 또 해체되는 것이 영원히 반복되는 상태를 말한다. 글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다. 특히 손으로 쓰인 글자들은 제각각 멋대로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읽고 쓰기를 반복하면서 생성되는 리듬은 결코 조화롭지 않다. 아니, 오히려 당혹스럽다. 이 불완전함. 그렇게 나는 변치 않는 결론을 환기한다. 책을 읽다 좋았던 부분을 작은…
-
flatten text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며 쌓아올린 레이어들은 납작하게 말라붙어있다. 아름다운 푸름만을 남기고 나는 무책임하게 뒤돌아서고 싶다. 오늘의 외로움, 상실, 슬픔이 나만의 무거운 짐이 아니라 시대를 관통해 영원히 흐르는 우리들의 눈물이라는 사실은 여기에 묻어두고 싶다. 낮에 나는 나방을 집어삼킨 정오의 강렬한 에너지를 피해 잠든 새의 눈물을 마실 수 있는 어두운 밤을 그리고 싶다. 먼 길을 떠난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