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물결

작은 물결

글 : 이희승


완만한 곡선의
언덕을 따라
반투명한 구슬들이

얼어붙은
검은 호수 위로
미끄러져 내려오면

가득 부풀어오른
대지는

비로소
이유가 된다

껍질의 온도는
절대 영도

다정함을 상실한
그리울 것도 남지 않은

텅 빈 씨앗의

무수한 주름을
지켜내기 위해

온기로 가득한
바람이 불어오고

몸 속을
수놓은 물길 위로

조각난 빛들이
흩어져 날아가

완전한 공허함을
감싸안으면

성글게 끼운 손깍지가
익숙해진다

어둡고 좁은 구멍 속으로
다시 삶이 들어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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